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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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이전 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을 때 5주 과정으로 ‘새가족반’을 만들어 인도를 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시간에는 구원의 하나님에 대해서 설명하며 복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새가족반’을 인도하는데, 한 번은 10명이 첫 시간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 9명은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다 왔거나 주변의 교회에서 분란이 생겨 옮겨온 분들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전혀 교회를 다닌 적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이미 교회를 잘 다니던 9명은 제가 무슨 말만 하면 다들 ‘아멘’ 하면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안 다녔던 그 한 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첫 시간을 다 마치고 제가 교회를 안 다녔다는 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자 그분이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저는 교회에 처음 나온 분이 이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나오다 보면 나아질 것이니 계속 나오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때 저의 솔직한 마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내 강의를 듣고 너무 좋아서 아멘까지 하며 뜨겁게 반응하는데, 왜 저 사람은 이런 은혜로운 내용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 참 답답하네. 앞으로 저런 불편한 사람은 그만 오고, 다른 9명처럼 잘 믿는 사람들만 많이 오면 좋겠다.’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그 한 사람 때문에 뭔가 실패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온 저는 책상을 정리하려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제 마음에 울렸습니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목회를 하고 있니? 네가 목사로서 정말로 돌보고 섬겨야 할 사람이 바로 아까 그런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그런 사람은 불편하니까 안 오면 좋겠다고?’ 그때 저는 망치로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면서 바로 회개했습니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진심으로 예수님을 믿은 사람은 천국에 가지만, 주님을 안 믿는 분들은 그냥 두면 저 영원한 멸망의 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우선순위는 너무나 분명해집니다. 일단은 잃어버린 영혼들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애쓰는 가운데 또한 구원받은 사람들이 자라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 후에 제가 우리 교회에 담임목사로 오면서 열심히 전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왔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도들을 말씀으로 훈련시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훈련중심의 목회’를 하겠다고 말씀드리며 부임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참 막연한 결심이었습니다. 제자훈련이나 성경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신앙이 성장하고 전도자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순종하여 작은 것 하나라도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할 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적으로 자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구원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 영혼이 주님을 믿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구원을 위해 날마다 간절히 기도하고, 어떻게든 그 마음을 열기 위해 찾아가고, 만날 때마다 정성을 다해 섬기고, 섬기다가 힘들어도 인내하며 또 섬기고, 그러는 가운데 거절도 당하고 배신도 경험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고...
하지만 놀라운 것은, 바로 그런 섬김의 과정을 통해 신앙이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잃어버린 영혼의 구원을 위해 섬기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로 자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우리가 부족하지만 이렇게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