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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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커피를 좋아하고 또 즐기는 편인데, 보통 아침에 한 잔을 끓여서 마시고 오후에도 또 한 잔 끓여 마시거나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벅스(Starbucks)에 가서 사 마시기도 합니다. 20여 년 전 처음 시애틀로 이사를 갔을 때 거기서 에스프레소 커피의 맛에 매료되었고, 그때 가장 좋아했던 종류는 카페모카(Cafe Mocha)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하루에 두 번 이상 카페모카를 사서 마시는 날이 많을 정도로 거의 중독(?) 수준이었습니다.


그 후 모카는 초콜릿이 들어가서 달고 칼로리가 높아서 살도 찌는 것 같아 라테(Latte)로 바꾸었습니다. 라테에도 종류가 여럿인데, 에스프레소(espresso)에다가 보통은 지방분을 빼지 않은 전유(whole milk)를 섞고 그 위에 거품(foam)을 얹어 줍니다. 어떤 때는 거품만 많고 실제 커피는 얼마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값도 비싼 음료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뭔가 속은(?) 느낌도 듭니다. 나중에는 2% 우유로 바꾸었고, 언젠가부터는 아예 탈지(nonfat) 우유를 넣어 달라고 주문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가게에 가서 메뉴를 보면 커피의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음료들을 개발해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자주 마시는 것은 블랙커피인데, 쌀쌀한 날 블랙커피에 무지방 우유를 조금 넣어 마시면 따뜻하고 좋습니다. 커피 맛의 비결은 뜨거운 온도이기에, 찬 우유를 너무 많이 섞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적당히 넣어야 합니다.


어제는 스타벅스에 가서 정말 오랜 만에 단맛이 나는 음료를 하나 사서 마셨습니다. 조금 피곤해서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리스타에게 주문한 그대로를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I want a Grande, nonfat, Pumpkin Spice Latte with 3 pumps of syrup, no whip cream, extra hot, please.”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막상 써놓고 보니 엄청 복잡하게 보입니다. 이렇듯 같은 음료라도 종류가 다양하고, 사용한 우유나 시럽이나 끓이는 온도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이 커피를 받아 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컵의 모양은 다 같지만 그 안에 든 내용물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피도 이렇게 종류가 많고 다양한 것처럼,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느끼는 게 다르고 원하는 것이나 취향도 각각 다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한 나라이든 기업이든 교회이든 리더가 되어서 이끈다는 것은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컵 안에 담긴 커피의 종류는 다 다를지 몰라도 그 내용물을 담는 컵은 똑같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저처럼 복잡하게 주문을 했든지 아니면 간단히 블랙커피를 샀든지, 같은 가게에서 샀으면 결국 똑같은 디자인의 컵에 담겨서 그 회사를 선전해준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원하는 취향이나 느끼는 것도 다르지만, 같은 주님께 소속되어 그 주님의 몸 안에 담겨져 있는 지체들인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나아갈 때, 아름다운 하나 됨의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그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주님의 제자인 것을 알게 되며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요한 13:34-35). 그리고 그들도 우리 주님께 나아와서 그분의 백성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다양성 속의 하나 됨을 이루어 세상에 주님을 드러내는 우리가 되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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