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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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에서는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60세 민간인 여성이 그 동안 현 대통령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며 국가 정책을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소위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국가 기밀까지도 다 전달되었다니, 정말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인데 한국에서 지금 벌어진 것입니다.
이 일이 밝혀진 후 한국에서는 소위 ‘운동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과 학생들, 심지어 어린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나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모두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하야하라는 주장입니다.
이번 시위가 지난 세월호 사태나 광우병 사태 때의 시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소위 ‘좌파’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심지어 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년층까지도 실망과 분노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그리스도인들, 특히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유명한 목사님은 이 사태에 대하여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하나님만 바라보자”라고 썼다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어떤 대학교수는 “내일(주일) 자기 교회의 목사님이 삯군목자인지 선한목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떤 말을 하나 보면 안다.”라고 쓰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설교나 목회편지에서 의도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고, 교인들 중에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며, 목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입니다.
요즘 <말씀의 삶> 공부를 하는 가운데 예언서들을 읽으며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특히 북이스라엘에서 여로보암 2세 때 경제적, 군사적으로 북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부강했던 시대였는데, 그때 우상숭배가 만연했고 가난한 자들이 더욱 압제를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럴 때 호세아와 아모스가 외친 메시지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와 그리도 비슷한가 하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24, 새번역)
우리는 조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 미국에 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먼저는 회개기도를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악한 사회가 된 데에는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직접 죄를 짓지는 않았더라도, 무당과도 같은 한 여성에게 나라가 휘둘리도록 방조한 책임이 한국 교회와 교인들에게도 있습니다.
그 동안 교회는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도록 하나님의 메시지를 선포하기보다는, 아부(?) 수준의 축복만 해주면서 권력에서 나오는 떡고물을 얻어먹으려고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동시에 우리 개개인도 그 동안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데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므로, 진실한 회개를 해야겠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한국 사회가 완전히 새롭게 되기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또 다른 악한 세력이 교묘하게 득세하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이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