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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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합부흥사경회에는 10년 전 첫 부흥사경회 때 강사로 오셨던 김동호 목사님이 다시 오셨는데,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설교자로서 너무나 귀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많이 참석하셨는데, 은혜를 사모하며 나아와 집중해서 말씀을 들으시는 모습을 보며 담임목사로서 참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통념을 깨는 과감한 행동과 열정적인 설교로 교회 개혁에 앞장서 오신 김동호 목사님은, 지난 2008년 말 당시 출석이 5천 명이던 높은뜻숭의교회를 4개의 독립 교회로 분립하여 한국 교회에 전례가 없던 본을 보여주기도 하셨습니다. 그 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로 사회적 기업 운영 등 수많은 사역들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탈북자 자립 지원 사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 빈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열매나눔재단을 세우셨는데, 사업의 일환으로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돕기 위한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 저희는 공장에서 전도 안 하겠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곳을 통해 놀라운 영혼 구원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온 탈북자들은 눈치가 엄청나게 빠른데,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의 이사장이 목사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당연한 반응이 ‘교회에는 나가줘야 되겠네.’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교회에 다니게 되면, 그저 불이익을 당하기 싫어서 억지로 나가줘야 하는 짐이 되고 맙니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눈치를 봐서 슬슬 빠지다가, 결국 적당한 때가 되면 아예 교회를 떠나 버립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탈북자 출신 종업원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거나 예수 믿으라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교회에 나간다고 해서 이익을 준 것도 없었고, 또 교회에 안 나간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딱 한 가지만 철저히 실천했는데, 그것은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간답게 대우해준 것입니다. 속더라도 끝까지 믿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뒤 탈북자 직원들 중 40%가 믿었고, 그로부터 또 1년이 지난 뒤에는 처음부터 쭉 함께 일해 온 탈북자들 가운데 전원이 다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그런 것을 가리켜 ‘밭을 가는 작업’이라고 하셨습니다. 분명히 씨를 뿌려야 하지만, 요즘에 전도나 해외선교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밭을 갈지는 않고 씨만 뿌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정말 공감했습니다. 물론 밭만 갈고 씨를 안 뿌리면 안 됩니다. 하지만 밭은 갈지 않은 채 씨만 뿌리면 씨가 땅 속에 전혀 심겨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밭을 갈고 나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교회에서 하고 있는 전도 방식이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믿지 않는 VIP 분들을 사랑으로 섬기면서 어떻게든 목장으로 초청하려고 애를 씁니다. 무조건 교회에 나오라고, 예수 믿으라고 하기 이전에, 먼저 씨가 떨어질 밭을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목장에 나와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주님의 사랑으로 서로를 진실하게 섬기는 모습을 볼 때,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며 충격을 받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배우는 게 아니라 보고 배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말로 전하기보다 보여줌으로 전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밭이 갈려서 마음이 열릴 때 교회로 인도하고 말씀의 씨가 떨어지게 함으로써, 그분들이 예수님을 만나 생명의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