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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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때 저는 3개월의 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와 목회활동에 복귀했었는데, 어느새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저번 주에 제가 아는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안식월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릴리 재단(Lilly Endowment)의 목회자 안식년 보조금 프로그램에 뽑혔기 때문인데, 그 목사님도 이번에 바로 그 보조금을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년 전 여름에 제가 거기에 선정되었다는 편지를 받고 너무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지라, 그 목사님이 전해주신 소식을 듣고 저도 같이 기뻐했습니다. 그분이 받았는데 저도 기쁜 이유는, 제가 그 목사님께 도움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릴리 재단의 목회자 안식년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저희 가족은 작년에 생전 처음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유럽의 여러 유명한 도시들을 가볼 수 있었고,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교사님들도 방문하며 참으로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지원금 덕분에 저희 교회도 바로 작년 이맘때 좋은 시설을 갖춘 State Park에 가서 1박 2일로 전교회 가족수련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조금을 받게 된 이후부터 저는 저희와 비슷하거나 더 작은 교회들에서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도 열심히 목회하시는 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안식월 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귀한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온 이후에는, 그분들도 이런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 저희 교단의 한인목회자 컨퍼런스, 대회 한인목회자 수련회 등에 참석할 때마다 여러 반가운 목사님들을 만나 교제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분들 중 대부분이 교인 수 100명 이하(다수는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입니다. 저는 그 보조금 덕분에 귀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만, 안식월을 갖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어 할 수 없는 대다수의 교회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릴리 보조금을 받은 이후부터 거기에 지원해보실 것을 여러 목사님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씀드리기 시작했고, 이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 때에도 몇몇 목사님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번에 릴리 보조금을 받으신 목사님입니다.
켄터키의 한 교회에서 십 수 년을 목회하고 계시는 50대 중반의 그 목사님은, 원래 약사 출신으로서 나중에 부르심을 받아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신 분입니다. 오래 전부터 가정교회 컨퍼런스에서 만나 목사님 내외분과 귀한 교제를 나누었고, 만날 때마다 너무 반갑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정이 많은 목사님이십니다.
지난 봄 컨퍼런스 때 쉬는 시간에 그분과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의 교회는 저희 교회보다도 훨씬 작은 교회이지만, 지역목자로도 수년간 섬기고 계시고 2년 전에는 목회자 컨퍼런스도 주최를 한 교회입니다. 그 목사님도 저처럼 안식월을 가지시고 교회도 혜택을 받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신청서를 어떻게 썼는지 그 방법을 알려드리며 일종의 코칭(?)을 해드렸습니다.
올해 보조금 신청 마감은 그 컨퍼런스 바로 1주일 후여서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그 목사님은 경험 삼아 해보겠다고 하시며, 저의 조언을 받아 신청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선정이 되신 것입니다. 뽑혔다는 편지를 받자마자 즉시 제게 연락을 주셔서, 제가 도와주어 되었다고 하시며 너무 고마워 하셨습니다.
교회와 목회자를 위해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분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드리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