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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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buffet) 식당에 10불을 내고 들어간 사람과 무료 쿠폰을 갖고 들어간 사람 중 누가 더 많이 먹을 것 같다고 생각되십니까?
현재 시카고 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Booth School of Business)의 교수이며 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가 바로 그러한 실험을 했는데, 두 그룹의 음식 소비량에 상당한 차이가 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공짜로 식사한 그룹은 많이 먹지 않은 반면, 돈을 내고 들어간 그룹은 나중에 배탈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많은 접시를 비웠습니다. 먹고 비운 접시 수가 많아질수록 지불한 돈에 대해 본전을 뽑거나 이익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입장료가 비싼 공연장일수록 더욱 두드러집니다. 공연이 재미없고 지루한데도 계속 남아 있으면 시간 낭비입니다. 차라리 도중에 나와서 집에 가 쉬는 것이 오히려 더 이익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낸 비싼 입장료가 아까워서라도 그 지겹고 재미없는 공연을 끝까지 참고 듣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바로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때문입니다.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다른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매몰 비용의 오류'의 쉬운 예가, 카지노나 도박판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도박을 하다가 돈을 조금 잃게 되면 본전을 찾을 때까지 버티지만 결국에는 남은 돈마저 다 잃어버립니다. 본전 생각이 간절할수록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고시나 의대 합격에 목을 매는 사람들도 똑같습니다. 할 때마다 계속 떨어져서 언제 붙을 수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자기가 들인 노력과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쉽게 포기를 못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집니까? 제임스 탈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어떤 행동을 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마치 마음속에 회계장부가 들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8달러에 영화표를 샀으면 마음속의 회계장부에는 '마이너스 8달러'가 기록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장부는 '0'이 되지만, 다른 일 때문에 못 봤다면 마음속에는 그것이 '8달러 적자'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 '매몰 비용의 오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또 한 예가 '콩코드 여객기'입니다. 1969년에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초의 초음속(마하 2.2) 여객기인 콩코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개발 파트너였던 영국과 프랑스 모두 초음속 여객기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들은 계속해서 막대한 돈을 투자했습니다. 오직 국가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마침내 두 나라는 1976년 상업 비행에 성공했지만, 항공업계의 불황, 기체 결함,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콩코드는 2003년 날개를 접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결정임에도 고치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는 행동을 가리켜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나는 이 일을 위해 1년 이상 노력해왔다', '지금 와서 그만두는 건 내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된다' 등의 말은, 자신이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교회 일도 그렇습니다. 별 의미가 없는 것인데도 과거의 전통에 얽매여 '이전에 해오던 것이니까 계속 한다'는 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역이든지, 그저 오랫동안 해왔으니까 계속 한다거나 다른 할 것이 없으니까 한다는 식이 아니라, 성경에서 하라고 명령하기 때문에, 옳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