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자녀 양육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녀에게 단답형 질문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 좋았니?" "점심은 다 먹었니?"와 같이 Yes 아니면 No로 답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은 되도록 피하는 대신, "오늘 학교에서 뭐가 가장 재미있었니?" "그게 왜 재미있었지?"라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부터가 그런 단답형의 질문을 많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봅니다. 언제부턴가 제 아들이 학교에서 올 때 주로 건네는 첫마디가 "오늘 학교 재미있었니?"가 되었습니다. 또 집에 들어온 후에는, 놀고 있는 아이를 볼 때 "오늘 할 일은 다 했니? 숙제는 없어? 바이올린 연습 안 하고 뭐 해?"라는 식으로 하니까,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해도 아이에게는 자기를 다그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 교육방송(EBS)의 한 초등학생 전문 프로그램에서 어린이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어른들에게 가장 상처받는 말은?"이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너 공부 안하니?"(38%)였고, 그 뒤를 이어 "키 좀 크고, 살 좀 빼라"(17%)는 말, 또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엄마 친구 아들(딸)은..."이라고 비교하는 말(11%)이 상처를 주었다고 답했습니다. 그 외에도 "야, 바보, 멍청아!"(6%), "애들은 몰라도 돼'(3%) 등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초등학생뿐 아니라 청소년과 대학생에게도 다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녀가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마치고 잠깐 쉬는데 부모가 와서 "너 공부 안하니?" "숙제는 다 했어?"라고 먼저 물어보게 되면, '내 부모는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구나. 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른들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잠깐 쉬고 있는데 상사가 와서 "일 안 해?"라고 하면 '이 사람은 나를 일하는 기계로 밖에 안 보나?'라는 생각이 들며 기분도 나쁘고 힘도 빠질 것입니다.

왜 한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너 공부 안 하니?"가 되었을까요? 무엇보다 공부 잘해서 좋은 성적 받는 것으로 인생의 성공을 평가하려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그러한 생각이 깊이 뿌리박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자신만 봐도 별 생각 없이 "공부 안 하니?"라고 물은 적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이제부터 자녀와 대화할 때, 공부나 학교활동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신앙, 친구관계, 이성교제, 진로문제, 인생의 고민, 흥미로운 분야, 스포츠, 여행, 환경, 지구, 우주, 죽음, 테러 공격, 전쟁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해보면 자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에 폭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자녀가 나중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부모가 "너는 이 분야의 이야기만 하면 흥분하는구나."라고 말해주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앙의 갈등이 일어날 때도, 평소에 영적인 대화와 기도와 가정예배를 하고 있다면 어색하지 않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유익한 조언이라도 평소에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평소에 꾸준히 대화하고 있었다면 들을 것입니다.

자녀가 나를 볼 때 '그저 공부에만 관심이 있는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준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다양한 대화를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대화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부터 자녀가 가진 다양한 장점들을 칭찬해주면서 대화의 시간과 폭을 늘려갈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