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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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한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말을 꼽으라면 아마도 "너 자신을 알라!"일 것입니다. 이 말은 지금껏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용되어 왔습니다. 저도 종종 사용했었지만, 이것은 목회자들이 설교 중에 많이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토론회나 신문 사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크리스천들이 이 말을 쓸 때는 주로 '남의 눈의 티를 보고 지적하기 전에 네 눈의 들보를 먼저 보고 깨달으라'는 의도로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도 '네 주제를 알고 말을 해라', '너나 잘해라' 하는 의미로 이 말을 합니다. 그러나 대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는 겨우 '네 주제를 알고 까불라'는 정도로 이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하고 말한 배경을 알려면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자기가 잘되기 위해서 자신의 아내나 딸까지 권력층에 뇌물로 바치는 경우가 많았고, 돈을 빌리기 위해 아내를 맡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주요 학문의 경향이나 사회의 문화가 감각적 경험과 실용성을 중시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였고, 자기에게 돈이 되거나 이익을 주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시대 속에서는 사람들이 법이라는 원칙보다 현실의 관행을 우선적으로 따르면서 타협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을 현실에 맞추어 사는 것을 지혜라고 불렀고, 그렇게 살아가는 자신들을 지혜롭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하며 덕스러운 것은 그러한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참다운 진리를 알고 행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가리켜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언뜻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가리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그와 같은 철학자가 그런 교만한 말을 했다는 것입니까? 그런데 그가 스스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지혜롭다고 자랑하며 부족하다는 사실을 거부하는데 비해, 소크라테스는 유일하게 자신이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배경 가운데 나온 말이 바로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그러니까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스스로의 무지를 알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연약한지 알아야만 지혜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눈앞에 있는 이익에만 급급해서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며 그것을 지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참된 나'가 누구인지 깨우쳐서 정말 인간다운 삶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아갈 것을 주장하는 말이 바로 "너 자신을 알라"인 것입니다.
요즘 제 주변과 이 세상을 보면 볼수록,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듭니다. 그래서 더욱 두려움을 느낍니다. 남들은 내가 어떤 성향이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다 파악하고 있는데, 나는 스스로 괜찮은 줄로 굳게 믿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아주 위험한 착각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질책하고 지적하면서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쳐서는 곤란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향해서 해야 하는 말입니다. 자기가 얼마나 부족하고 연약하고 모자란 사람인지를 알고, 진리이신 주님의 길로 겸손히 그리고 묵묵히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